쇼팽 - 환상즉흥곡 Classic

큰맘먹고 클래식 음악을 위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그 시작은 쇼팽의 환상즉흥곡으로 하기로 했다. 수천번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곡.
쇼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역시 환상즉흥곡이다.



정식명칭은 Impromptu No.4 in C sharp-minor, Op.66 'Fantaisie-impromptu'.

쇼팽은 총 4개의 즉흥곡을 작곡하였는데, 환상즉흥곡은 그가 처음으로 작곡한 즉흥곡이지만 가장 늦게 출판되었기 때문에 번호 4가 붙었다. 보통 즉흥곡이라 함은 말그대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악상이 떠오르는대로 자유로이 작곡한 곡인데, 쇼팽의 경우는 일반적인 즉흥곡과는 달리 상당히 논리적인 구성에 의해 명확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쇼팽이 24세에 작곡한 환상즉흥곡은, 그가 가장 아끼던 곡이었거나 혹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곡이었다고 전해진다. 악보를 늘 지니고 다니며 출판을 절대 거부했고, 자신이 죽은 후 파기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지만 결국 사후에 친구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환상즉흥곡은 쇼팽에게 어떤 의미의 곡이었을까. 온세상 사람들이 후세까지 환상즉흥곡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과, 작곡자 본인의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비교하여 어떤 것이 더 값지냐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그저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악보에는 자필로 '파리에서 1835년 금요일, 데스테 부인을 위해 작곡함, 부제 환상' 이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사실 환상즉흥곡보다는 즉흥환상곡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환상즉흥곡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클래식 곡의 이름을 말할 때에는 부제와 장르 순으로 부르는 것이 원칙인데, '환상'이 부제이고 '즉흥곡'이 장르이므로 환상즉흥곡이 되는 것이다. 운명교향곡을 교향운명곡이라고 부른다거나, 터키행진곡을 행진터키곡이라고 부르지 않는것처럼.
(덧붙임 - 아래 댓글에서 즉흥환상곡이 맞다는 정보를 남겨 주신 분이 계십니다.)

모든 곡이 그렇겠지만, 환상즉흥곡은 연주자에 따라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번 곡은 82년생 중국인 윤디리의 연주인데, 그는 2000년 쇼팽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일약 스타가 된 피아니스트이며 나도 그의 화려하면서도 정도를 지키는 연주를 매우 좋아한다. 쇼팽 국제 콩쿠르는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의 하나로, 5년에 한번씩 개최되며 오직 쇼팽곡만을 대상으로 한다. 음악가 한사람의 이름이 걸린, 그의 음악으로만 전세계 피아니스트의 실력을 평가하는, 그리고 그 결과가 모두에게 인정되는 콩쿠르가 존재한다는 것. 이것이 쇼팽의 위대함을 입증하고 있는듯 하다.
쇼팽은 폴란드 태생으로, 낭만파음악시대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클래식 음악이 크게 번창한 시대는 보통 르네상스시대(1450-1600), 바로크시대(1600-1750), 고전주의시대(1750-1820), 낭만파시대(1820-1910)로 구분된다. 낭만파시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이전 시대보다 음악의 감정표현이 풍부해지고 작곡가의 개성과 주관이 뚜렷해진다는 것으로, 쇼팽은 특히 불협화음의 사용과 반음계적 취향을 구사하며 시대를 앞서나갔다. 불협화음은 그다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음들을 동시에 울리며 약간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화음인데, 이것이야말로 낭만파시대의 꽃이요, 쇼팽의 대표적 표현기법이라 하겠다. 이런 양식은 쇼팽의 음악을 전체적으로 불안하면서도 섬세하고 낭만적으로 장식해주고 있으며 곡이 완성되어 연주되면 꿈꾸는 듯한 아름다움이 빠져들게 한다. 불협화음은 고전주의시대부터 사용되긴 했지만, 절제와 조화, 균형미를 중요시하는 고전주의에서는 불협화음 사용시 그 다음에 안정된 화음을 사용해야 하는 '안어울림의 해결' 조건이 과해졌고, 낭만파시대에 와서야 불협화음이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었다. 마치 처음 미니스커트가 나왔을 때에는 꼭 팬티스타킹과 속치마를 입어야 했었지만, 대중화되면서부터 미니스커트만 입어도 되는 것처럼... (응?)

환상즉흥곡은 교향곡이나 소나타처럼 3부 형식(밝고 빠르게 - 느리고 차분하게 - 다시 밝게)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쇼팽이 즐겨 사용한 구성이다. 특히 왼손과 오른손의 리듬이 달라 연주하기 까다롭지만, 음형이 교차하는 가운데 생기는 일종의 환각이 이 곡의 핵심이다.

쉽게 이어지면서도 풍부함을 표현할 수 있고, 난해한 기교의 완성 끝에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선율이 흐르는 쇼팽의 곡들은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로 쇼팽을 꼽는데 반론의 여지가 없게 만든다.

덧글

  • Praesepe 2007/06/14 13:00 # 답글

    문득, 나도 악기 하나쯤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이거 뭐 피리 불 때 부터 이건 내 길이 아니군... 하고 좌절하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버려서 ;;
  • kk 2007/07/01 21:06 # 삭제 답글

    옛날엔, 치기싫어서 찡찡댓는데.. 이젠 치고싶어도 ,, 칠수가 없어요
  • Faye 2007/07/02 19:36 # 답글

    kk/ 모르는 분이 처음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_+
    전 바이엘도 제대로 못배워보고 다늙어서 다시 띵띵거려보고 있답니다. 죽기 전까진 환상즉흥곡을 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허황된 꿈도 아직 버리지 않고 말이죠... ㅋㅋ 옛날에 하셨다니까 다시 하면 금새 실력이 돌아오지 않을까요? 부럽습니다!
  • 느아르 2009/03/21 18:47 # 삭제 답글

    에..전4살때부터 시작해서 지금이..19세인데..
    아직까지도 피아노를배우고있답니다..15년정도됬을란가..
    이제 거의 완벽하게 칠 수 있는데..
    아직은 어렵네요..
  • 레이븐 2009/08/28 21:06 # 삭제 답글

    환상즉흥곡 이 어떤곡인지 궁금해서 검색하다 들어왓어요 . 음악을 하지 않아서 아무것도모르는데 글잘읽고갑니다 /-/ 피아노 나이드니까 ? 너무 하고싶어요 ..ㅜ
  • 로젠탈 2009/09/27 22:14 # 삭제 답글

    저는 이 곡의 연주를 끝마치고 나면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쇼팽은 완벽성을 추구하였기에 미완성된 이 곡을 내놓지 않은게 아니었을까요?
  • 청유이 2009/10/15 23:19 # 삭제 답글

    이곳저곳 검색하다가 왔습니다.
    저는 현제 16살이에요. 독학으로 즉흥환산곡 연습하고 있어요. 음.. 거의 완성을 한 것 같아요. 피아노를 치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몇시간이고 피아노만 칠 수 있어요.. 그렇게 피아노가 좋은데 부모님, 과외선생님들, 모두들 반대해서 많이 슬픕니다. ㅠ 엄마아빠말로는 성공하기 어려워서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그 분야에서 반드시 성공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인데 왜 그렇게들 만류하는것인지.ㅠ
    ..아 어쩌다 하소연이 되어버렸네요 ㅠ
  • Faye 2010/01/08 11:11 # 답글

    청유이/ 누구나 하는 흔한 말중에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 있죠.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좋아하던 것을 서른인 지금까지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인데, 저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짧은 인생동안,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 자체도 운이 좋은것이고, 그 좋아하는 것을 평생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인생 대신 살아주는거 아닙니다. 자신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 나중에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짧고 배움이 많아집니다.
  • ㅇㅅㅇ 2010/06/08 22:02 # 삭제 답글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퍼오신건가 아니면 다른 곳이 이걸 퍼간건가...
  • Faye 2011/07/16 00:45 #

    우연히 돌아다니다가 저도 발견했네요. ㅋ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gulio01&logNo=100044557226
  • Faye 2010/06/17 00:56 # 답글

    ㅇㅅㅇ/ 퍼올만 하지도, 퍼갈만 하지도 않은 수준이라 -_-;;;
  • 김탱구와간지용 2010/06/29 18:17 # 삭제 답글

    피식-좋네
  • 민서야느그아빠왜그래 2010/06/30 07:48 # 삭제 답글

    재밌어요


    다른 것도 더 올려주세요

    ex : 전원교향곡, 바순협주곡
  • Faye 2010/07/27 13:30 # 답글

    민서어머니/ 다음은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에 대해서 써볼 예정입니다. (3년간 예정만 했네요;)
  • isjidb1004 2010/08/06 18:07 # 삭제 답글

    정말 황홀한 곡이네요... 지금 연습중인데 정말로 어렵긴 어렵네요;;;
    하지만 저의 18번 곡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중 입니닷!!!
  • 김윤식 2012/07/24 17:57 # 삭제 답글

    즉흥환상곡이 정확합니다. 폴란드 사람 쇼팽이 프랑스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판타지 앵프롱프튀'라고 불어식으로 읽죠.
    불어에서는 관사 없는 명사 부가어를 (전치사도 없이) 뒤에 붙이는 무관사 명사구의 용법이 있습니다. 뒤의 말이 수식어입니다. 즉 '즉흥'이란 말이 이 경우에선 수식어입니다.
    마찬가지로 쇼팽의 곡 환상폴로네이즈는 '폴로네이즈 판타지'로 되어 있습니다. 뒤의 말인 환상이 이 경우는 수식어입니다. 불어의 특징입니다.
    그에 비해 독일 사람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의 경우는 독어로 반더러 판타지로 되어 있는데 이건 독일어이기 때문에 앞에 있는 반더러가 수식어가 됩니다.
    그리고 쇼팽의 즉흥환상곡은 사실은 네번째 즉흥곡이 아닙니다. 본인이 출판하지 말라고 유언한 곡인데 사후에 출판되어 작품번호가 늦게 붙었을 뿐, 초기 작품입니다. 쇼팽의 다른 환상곡 F단조는 그 뒤에 만들어진 것이고요. 그리고 즉흥환상곡을 쇼팽이 앵프롱프튀라고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원 악보에는 판타지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또 즉흥환상곡을 가만히 보면 마지막 부분에서 가운데 부분의 감미로운 멜로디 주제가 왼손으로 희미하게 표현된다든지 오른손은 음표 4개 왼손은 음표 3개 엇갈리게 했다든지 전체적으로 환상적인 분위기가 강합니다. 사실은 쇼팽은 이것을 즉흥곡이 아닌 환상곡으로 작곡한 것입니다.
    사후출판 과정에서 앵프롱프튀란 말이 붙고, 후세 사람들이 다른 세 개의 앵프롱프튀와 묶었기 때문에 앵프롱프튀, 즉 즉흥곡 장르로 넣어서 생각할 뿐, 그리고 환상곡과 즉흥곡이 비슷한 장르이기 때문에 그렇게 넘어가는 것일 뿐 원래 즉흥환상곡의 장르는 환상곡이며, 이름도 그래서 즉흥환상곡입니다.
  • Faye 2012/10/01 18:25 # 답글

    김윤식님/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제가 뭘 모르고 괜한 말을 써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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